07-생존 본능
모든 인간의 욕망 뒤에는 다른 존재의 에너지를 먹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있다. 여기서 인간은 다른 존재와 구별된다. 인간은 그 현실에 정당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. 인간이 만들어낸 법이라는 산물은 이러한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 부당한 측면을 가리기 위해 고안된 허구적 산물이다. 그러나 인간은 이 허구 위에서 규칙을 세우고, 그 규칙 안에서 타인의 생존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. 존재의 이유를 묻기 이전에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. 즉, 정당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존 본능을 긍정해야 한다. 생존 본능을 긍정하는 것은 곧 존재를 긍정하는 것이며, 이때 비로소 허구적 산물은 실질적 도구로 격상된다. 그리고 여기서 인간은 존재의 당위성을 확장할 수 있다.
그러나 나의 의문은 이러한 긍정을 자기 원인으로서, 즉 스스로 부여할 수 있는가에 있다. 정당성을 외부에서 가져올 수 없다면 내부로부터 이끌어야 하지만, 이는 자기가 자기를 근거 짓는 순환이라는 점에서 모순이다. 그러나 자기 원인에 대한 부정을 거두면, 즉 본능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면 가능할지도 모른다. 아, 본능 또한 믿음이었던가?